전체/애들

15-12 햇불2중대 3소대 123번 훈병 이정완.

dolbaw 2015. 8. 12. 13:02

  아들!

힘들지...아빠가 군대 갈 때가 떠오르는구나.

원래 공수특전단 갈려고 했는데, 아침에 늦잠 자는 바람에 상옥이라는 친구놈만 가고 나는 일반병으로 갔지.

1989년 3월 20일날 대학 졸업후 늦은 나이에 논산으로 입대 했었지.

거기서 더블백 메고 의정부로 팔려가서 1사단 신교대에서 담장너머 지나가는 시내버스 한 번 타 보는게 소원인

6주를 보내고 비로소 군인이 됬단다.


지금도 기억난다.

얼마나 힘들던지..... 내 인생에 제일 잘 한 일이 공수특전단 안 간 것이라고 생각 했었단다.

해병대도 갈려고 했는데, 정말 큰일(?)낼 뻔 했다는거를 실감 했지.

"방위"라고 군대 안 간 놈들 무시 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 정완이가 그러겠지.

남들 다 가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한 자신감. 뭐 그런거 있었겠지.

하루밤 자기도 전에 싹 없어졌겠지만.

도대체 시간도 없고, 없는것 천지고, 불편 한 건 말 할것도 없고, 자유도 없고 물도 맘대로 못 먹게하고.....

친구들에게 무조건 편 한 곳으로 가라고 말 해주고 싶지?


우리나라에 군인이 약 65만3천명정도(2010년기준)란다.

그 중에 육군이 약 52만명. 지금은 조금 줄었겠지만 너도 이제 그 60만명 중 한 명이 되기위해서 훈련을 받고 있는 거란다.

이왕 하는거 좀 더 잘 해서 훌륭한 군이이 되고 우리 아들이 되라.

탈영하고 싶고 자살 하고 싶거나 그 정도는 아니지?

훈련소는 원래 사람을 극한 환경에 몰아 넣어서 교육에 질을 높이는 목표라서 어쩔 수가 없을거다.

민간인을 군인 만드는 건데 오죽 하겠냐?

다들 너처럼 널널 하게 살다가 꽉 짜여져서 개인 시간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생활을 할려니 힘들지.

신교대 프로그램은 그 동안 아주 많은 민간인을 군인 으로 만든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란다.

연습을 해서 간다고 잘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항상 최선을 다 하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단다.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모포 각 잡고 관물대 정리하고 점호 받고 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유가 있단다.

그렇게 하므로서 명령에 복종하고 군인으로서의 긍지를 키우며 사나이의 자존심을 배우는거지.


항상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아라.

너만 힘든게 아니니 어떤 다른 놈이 힘들어 지치면....딱 그때 까지만 참으면 된다.




고통은 나를 죽일수가 없다. 나는 참을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강해질 것이다.



힘들어 죽겄는데 아버지가 중대장님 훈하 말씀 같은 소리만 했네.

그래도 훈련소는 재미 있단다.

모두 다 동기들이고.

한 사람 조교 눈치만 보면 되잖아.

그리고 분대원들끼리 똘똘 뭉칠수 있잖아.

 우리 아들은 특별히 더 잘 하거라고 믿는다.


좌로굴러 우로굴러는 했냐? 나는 그게 제일 힘들던데.


2015년 8월 12일  아들을 군대보낸 아빠가.






'전체 > 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자고 하는 소리  (0) 201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