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산행기

지리산 성천성 왕복종주 58km

dolbaw 2023. 8. 3. 09:48

읽기 전에 미리...

중요한 내용이나 등산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 따위는 한 개도 없어요..

혼자서 비 오는 날 다녀오면 이정표 사진 찍기도 하드코어가 됩니다.

제 산행기의 특징인 쓸데없이 길고 말이 많은 것은 참고 바랍니다.

2주 전에 혼자서 왕복으로 간 길을 다시 또 혼자서 왕복으로 가는 것은 학교 다닐 때 예습, 복습, 숙제까지 빼놓지 않고 하고 서머리 한 것 다시 보고 틀린 문제 다시 풀어보고...... 저... 공부에 맛 들인 것 같아요.

산행 일지

대상산. 지리산 주능선 왕복 종주 약 58 km

일시. 2023년 7월 22일

대원. 이광재 1명

날씨. 새벽까지는 맑음 아침부터는 하루 종일 비

일기예보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아침에 보는 일기예보와 저녁에 보는 일기예보는 완전히 다르다.

하물며 지역 검색으로 남원을 보고 산악날씨로 보는 뱀사골,노고단 날씨가 다 제각각이다.

일단 비 맞을 각오를 하고 길을 나선다.

비 온다는데, 알고도 등산을 가느냐고 잔소리를 하지만 달리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나도 안 가겠지만.... 가슴속에 지리산이 들어 있으니 어쩔 수가 없지요.

날이 좋으면 성삼재에서 입산 시간을 통제할 게 뻔하니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을 떼 가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옆머리도 굴려가면서 잔소리는 귓등으로 듣고 후다닥 배낭을 챙겨서 나섭니다.

당연 비가 오면 연하천 컷 오프도 없을 거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복은 했습니다.

예상대로 비가 내려서 연하천 컷오프가 없었고요

무게를 줄여봐야지.....

사람을 바꿔야지 배낭을 바꿔 보려고 해도 가져가야 할 짐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겨우 200g 줄였습니다.

출발시간은 2시간 빨라졌고요.

차로 가는 시간은 비슷합니다

국도로 가나 고속도로로 가나 별 차이 없이 집에서 1시간 30분 걸립니다.

0시 49분 성삼재 입구.

저 앞에 국공 아저씨가 앉아 있다가 제가 다가가기도 전에 일어납니다.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지요.

3시까지 기다리랍니다.

제가

"정말로 딱 3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죠?"

"예전에는 노고단 고개에서 3시에 열어줬는데 혹시 2시쯤 올까요?"

"안 됩니다. 제가 제 재량으로 10분 전쯤이나 15분 전쯤에 열어줄 수는 있지만 더 이상은 안됩니다. 노고단에도 근무자가 있고 해서 절대로 안 됩니다.'

아마 2시에만 열어 준다고 했어도 1시간 자다가 올라갔을 겁니다.

저 지난주에 왔었기에 노고단에서 안 지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를 공사 중이라서 지킬 인력이 머물 공간이 없어서 당분간 못 지킨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 소리 안 하고 뒤로 물러납니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잠을 한숨도 안 잤으니 2시간 동안 눈을 붙일까?

엊그제 만났던 노명희 님이 오늘 만복대 쪽을 간다고 했는데 한숨 자다가 거기나 같이 갈까?

낮에 힘쓰는 일을 많이 해서 몸 상태가 피곤해서 더 많이 망설였습니다.

샛길로 빠져나가서 갈 수 있는지 가보기라도 하자.

혹시 사람들이 다닌 길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샛길을 찾아보려니 랜턴을 안 켜고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불을 켜도 찾을까 말까 하는데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 불을 켤 수도 없고.

또 한참을 망설입니다.

목책을 넘어서 내 발자국에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얼만큼 크게 들리는지 들어 어 보기라도 하자.

도둑질은 어떻게 할까요?

평소에 간이 크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소심한 성격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어찌어찌해서 도로로 올라왔습니다.

랜턴 안 켜고 노고단 고개까지 갑니다.

가면서 중간에 계단으로 가는 길 지나칠까 봐 긴장하면서 갔습니다.

날씨는 아주 맑습니다.

계속 내린 비로 하늘이 깨끗해져서 별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비도 안 오는데 기상청이 또 오보를 냈구만.

가장 최근에 본 일기에보는 오후에 비가 한차례 오는 것과 오전부터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는 멈추는 것 2가지가 다 있었습니다.

이렇게 맑은 날씨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씨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1시 57분 노고단 고개

돌아서 오고 랜턴 안 켜고 오니 30분이나 더 걸렸습니다.

3시 23분 삼도봉

5시 20분 연하천 대피소

아침밥을 먹고 갑니다.

돌아오면서 먹을 것을 데포 준비를 해서 손에 들고 갑니다.

나무 뒤에 잘 덮어놓고요.

6시 42분 벽소령 대피소

저 가운데 앉아있는 분도 왕복 종주 중이라는데 3시에 출발했답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제석봉에서 만났습니다.

오늘은 고어텍스 등산화와 타이즈를 입었습니다.

가다 말고 빵 하나 먹고 갑니다.

오늘 유독 민달팽이(?)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10마리쯤 본 것 같습니다.

9시 08분 세석대피소

10시 26분 장터목대피소

계획은 9시 30분에 장터목에서 출발해야 되는데.....

2시간 정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출발이 한 시간 늦었고 연하천 이후로 컨디션이 별로고 등로가 미끄러워지면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제석봉은 바람 때문에 손이 시럽습니다.

반장갑 낀 손이 마비가 와서 죔죔을 하면서 걷습니다.

추워서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나름 보온을 하는데 저번에 바람막이 메고 와서 안 쓰기에 이번엔 빼고 왔는데 이번엔 빼고 온 것을 후회합니다.

11시 14분 천왕봉

추워서 바로 내려갑니다.

11:55 장터목 도착 20분 휴식

전투식량을 먹습니다.

그냥 햇반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까 세석에서 물을 부어 왔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물이 말라버려 맛이 없습니다.

새삼 눈에 들어옵니다.

1시 21분

세석은 그냥 지나가고요....

물론 다이렉트로 가는 길을 폐쇄한 나쁜 놈들 욕을 신나게 하면서 갔지요.

15:25 벽소령대피소.

누가 볼세라 후다닥 지나갑니다.

데포 한 식량을 찾아서 들고 갑니다.

16시 50분 연하천 대피소.

정말 바람 같은 속도로 휙~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안 들켰고 명선봉에 올라서 아까 데포 했던 것을 꺼내서 먹고 갑니다.

이제 지키는 사람도 없고 여유가 있습니다.

18시 02분 토끼봉

18시 29분 화개재

차분히 오르는 550계단.

18시 54분 삼도봉

드디어 만나는 1번 구조목.

20시 44분 노고단 고개

21시 33분 성삼재 도착

드디어 왕복 종주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에는 바래봉이나 덕두산까지 왕복 종주를 해 봐야겠습니다.

12시 20분 집 도착.

비몽사몽.... 집에 왔습니다.